아주 작은 하나의 우연과 그 우연에서 보게 된 작은 단면을 마음에서 놓지 않을 수 있음의 위대함이 지금의 인간이 서로를 죽이기보다 함께 할 수 있게 만든 힘입니다.
주인공은 세 딸의 아빠입니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 남에게 모질게 대하지 않고 자신이 엇나가지 않고 자랄 수 있게 해준 자신의 후원자인 어느 한 부인을 보며 자랐습니다. 특별히 정의감에 불타지도 않고,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에서 열심히 사는 그가 바라는 것은 이대로 무탈하게 사는 것입니다. 세상에 일부러 눈을 감지는 않았지만 가족과 자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건사하는 것만으로도 바빠서 직접 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흘려듣는 정도로 그렇게 사는 보통의 사람입니다.
그러던 그에게 아주 사소한 일이 생깁니다. 수녀원에 석탄을 배달하러 갔다가 우연히 석탄광에 갇힌 소녀를 만났고, 그 소녀가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 이후에 이어진 수녀들의 정상적이지 않은 태도와 몇 마디 말들.
집으로 돌아와 세 딸의 크리스마스 소원에 맞는 선물을 챙기며 나눈 부인과의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수녀원의 실상에 대한 몇몇 좋지 않은 이야기들.
그리고 자주 가는 단골 펍의 주인이 이미 알고 있는 그날의 이야기들과 아무 상관없는 아이들의 일에 나서서 곤란해질 수도 있음에 대한 충고들.
마음 한 구석에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의 추억이 떠오르며 자신도 모르게 다시 찾아간 수녀원. 그리고 그곳을 떠나고자 하는 소녀를 데리고 나오며 자신의 마음속에 퍼져 나가는 잔잔한 파문을 느끼는 주인공.
#도가니 라는 영화는 제게는 충격으로 다가오는 영화였습니다. 최근에는 #선감학원 생존자들 다섯 명의 인터뷰를 #시사인 의 기사를 통해 읽었습니다. 작가는 누구든 지나칠 수 있는 작고 사소한 모습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을 수 있는 우리 안의 선한 마음을 어떤 감정도 싣지 않고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나칠 만한 사소한 것들, 어쩌면 주인공도 내내 풍문으로 들려오던 것들을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을 때는 지나쳤을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지나치지 않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마음에 걸리는 무언가가 수녀원의 문턱을 넘고, 소녀에게 가고 싶냐고 묻고, 함께 데리고 나올 수 있게 했습니다.
혁명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 마음에 걸리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그냥 넘기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보통 사람의 용기가 세상을 유지시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람이 사람일 수 있게 하는 힘” 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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