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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공부 이야기

교리 공부를 시작하다

by Warrny 2022. 5. 15.

 교리 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신앙이라든가 하는 것을 믿을 리가 없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과 어울리는데 나는 문제가 있다. 초월적인 존재를 믿고 선한 의지를 전파하는 곳에 스스로 가는 사람들이라면 그나마 그런 나를 조금은 참아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성당에 다니기로 했다고 말하기는 개뿔 그냥 집 뒤에 위치한 성당이 가까워서 다니기로 했다. 

 

 첫 날 교리 선생님과 교리 보조 선생님 그리고 나를 포함 세 명의 교리를 받는 예비 신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두 분은 이번 8월에 출산을 앞둔 산모분들이었다. 

 첫 강의는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부르십니다."라는 주제였는데, 기본적으로 종교는 인간의 조직일 뿐이며 신앙은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나는 참 열심히 자신의 부름받음을 말하는 교리 선생님의 목소리와 눈빛에서 좋은 에너지를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자 하는 선한 의지가 보여 좋았다. 함께 하는 산모분들은 아이들의 태교를 위해서라도 거친 언사나 좋지 않은 마음을 먹지는 않으실 것 같았으니 선한 마음들과 기운에 둘러쌓인 것 같았다. 

 지난 주에는 하느님의 존재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데 돌아온 탕아와 렘브란트의 작품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렇게 길게 이야기를 한 것은 내가 실수를 한 것 같아서다. 마르코 복음을 필사하기 시작했는데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으로서 바로 펜을 들고 아무 생각 없이 적어나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위해서 적은 것이 여기에 올린 내용인데 바로 이 이야기를 해야 할 줄은 몰랐다. 특히나 산모 한 분께서 자신의 삶에서 힘든 방황의 시기를 거쳐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 엄격했던 그래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싫어했던 아버지가 말없이 모든 것을 덮어주고 보듬어줬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끝낸 뒤라서 그 감동을 깨고 싶지 않았다. 그 산모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 조차도 하느님의 존재까지는 아니어도 아버지의 진실된 사랑까지는 믿고 싶어질 정도였으니까. 아마도 '간증'이라는 것이 이런 비슷한 감동을 신자들에게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싶긴 하다. 

 여튼 교리선생님의 말씀에 위에 쓴 것처럼 나는 "삼위일체"를 믿지 않아서 신을 믿을 자격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신은 우리 인간의 잣대로 판단이 되지 않을만큼 전지전능하셔서 나 같은 사람 하나가 들어온다고 성전을 더럽힌다고 여기실만큼 째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위일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순간, 경악하던 교리 선생님의 태도를 눈치챘어야 하는데... 곧바로 선한 의지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교리공부를 시작했고, 앞으로 마음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함께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주워섬기긴 했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짓되지 않고 싶다는 마음으로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일을, 그것도 상대의 마음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말을 하는 것은 사실 내 마음 편하자는 이기심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이번 수요일에는 좀 더 보들보들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말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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