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텃밭이야기(2)
텃밭 민원 이야기
비전2동에서 진행하고 있는 텃밭은 참여하는 시민들의 만족도도 높지만 원치 않는 시민들도 많습니다. 오늘은 그 텃밭과 관련해 나온 민원 그리고 그 민원의 당사자들이 된 비전2동 공무원, 주민자치회 사무국장, 민원인 간의 갈등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민원인은 평소 허리가 아파서 운동을 겸해서 주민자치회의 텃밭을 지나는 산책길을 매일 걸으며 운동을 했습니다. 텃밭을 만드는 것에 대해 매일 걸으며 보는데 가끔 냄새도 나고, 멀쩡하던 공원의 일부를 헐어 만든 것도 그렇고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신축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한 복판에 사람들이 소소하게 짓는 작은 텃밭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이 많다면 용인할 수밖에는 없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게 함께 살아가는 길이니까요.
그런데 하루는 길을 걷다가 텃밭 주변으로 삐져나온 자갈을 근처 초등학교에서 하교중인 학생이 발로 차서 걷고 있던 민원인에게 날아들었습니다. 허리가 좋지 않은 상태인데다 갑작스레 돌이 날아들자 피하려고 하다 좋지 않았던 허리에 무리가 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초등학생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습니다. 아이는 아이일뿐입니다. 물론 주의를 주는 정도는 할 수 있지만 모든 아이들에게 일일이 돌을 발로 차지 말라고 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아이만의 탓이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이런 자갈들이 길가로 삐져 나온 것이 문제니까요.
그래서 민원을 넣었습니다. 최소한 민주화된 정권이 된 이후로 국민의 공식적인 민원에는 공무원이 반드시 답을 해야하니까요.
주민자치회의 업무를 돕도록 배정된 공무원은 답답했습니다. 민원은 올라왔고 이에 대한 대응 혹은 답을 내야만 했죠. 그냥 텃밭으로 달려가 주위의 자갈들을 쓸어서 안쪽으로 밀어넣었지만 말 그대로 임시방편일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죠.
사실 문제는 텃밭이었습니다. 애초에 텃밭은 주민자치회의 소관이라서 이것은 주민자치회의 책임이었습니다. 하지만 텃밭에서 나온 자갈이 떨어져 있는 곳은 관내의 인도와 도로였기에 그에 대한 관리 책임은 비전2동 혹은 시설담당 평택시 공무원에게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또 민원인은 그 텃밭에 대한 책임이 사업을 추진한 주민자치회에 있다는 것을 알지도 못할 가능성이 높고,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주민자치위원과 담당 공무원을 구분할 수 있을지 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새롭게 주민자치회 업무를 인계받은지 두달밖에 되지 않았기에 시청으로 자리를 옮긴 전 주민자치회 담당자와 현재 사수인 팀장님께 이 사실을 전했고 이미 이런 문제로 민원이 들어온 적이 몇차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임 회장님께 텃밭 주변에 야자매트를 깔아서 자갈이 튀는 것을 방지하고 도로나 인도로 흘러나오는 것을 막아보자고 건의를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의견은 거부되었다는 거죠.
하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주민자치회 임원진이 들어섰으니 말을 해서 실행하도록 하라는 의견을 듣고 주민자치회 사무국장님께 의견을 전했습니다. 사무국장님은 그에 대해 일단 둘러야 할 길이와 그에 따른 견적을 내보자는 의견을 냈고, 공무원은 직접 실측을 해서 시공까지 함께 하는 회사를 찾아 견적을 내서 알렸습니다. 그런데 사무국장님의 반응은 공무원의 예상과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우선 텃밭은 1년 단위로 임대를 하고 있고, 견적 비용이 300만원이라면 주민자치위원들이 반대할 수도 있으니 민원인에게 사무국장 번호를 알리면 해결할때까지 더 이상 민원이 들어오지 않게 민원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른 주민자치위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해결해 보겠다고 이야기를 한 겁니다.
사실 텃밭에 대한 민원이 이 한사람도 아니고 앞으로도 같은 형태의 민원이 더 있을 수 있는데 그 민원에 대해 답변을 해야하는 공무원의 입장을 너무 모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답답해 하는 저를 보고 팀장님께서 말을 해서 해결을 지어야겠다고 당장 사무국장을 만나러 가자고 했습니다.
-다음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