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회 이야기

조직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2)

Warrny 2022. 5. 29. 14:01

 어제 임원회의에서 재무와 사무국장에게 활동비용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뻤습니다. 자신의 일을 하면서 주민자치회 활동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더군다나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다 맡겨버리지 않고 어떤 일의 진행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처리하려면 더욱 어렵죠.

 

 

 예를 들어 작년에 비전2동의 주민참여 사업중 가로등에 광고금지 부착판을 하는데 좋은 글귀나 작품을 넣어서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것을 진행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사무국장인 제가 나섰는데 이런 일을 하는 업체는 동화테크원 이라고  공무원분이 찾아놓으셨더군요. 사실 고민했었습니다. 사무국장인 제가 그 업체를 선택했다면 혹시 뭔가 관계가 있는 곳인가 하고 의심을 받을 수도 있거든요.

 업체는 정해졌지만 일은 이제 시작입니다.업체와 견적을 내고, 물건과 시공이 어떻게 되는지를 확인하고, 시안을 받아서 필요로하는 작품을 제공할 작가를 섭외하고, 그 작품을 설치할 지역을 찾고, 설치할 지역에 대한 실측 자료를 받고, 그 실측 자료에 따라 몇 개의 작품이 어느 정도 규격으로 필요한지를 정리하고, 작가분들에게 필요로 하는 작품들의 수와 규격을 안내하고, 그 작품들을 받아서 데이터를 정리해 업체에 넘기고, 그것이 시공가능한지 확인해서 2차례정도 수정을 하며 양쪽에 내용을 전달해서 주고 받고, 그 사이에 작가분들의 작품이 시공에 가기전까지 어느 정도 상황으로 일이 진행되는지 몇 차례 확인을 하고, 시공업체와 날짜를 조율해 시공을 하고, 시공후 작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일의 진행에서 부족한 부분들을 정리해서 사업을 연장해서 추진할지를 고민해봐야 하고, 이 모든 과정들에 대한 간략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주민참여예산에서 부족해서 지급할 수 없었던 작가분들에 대한 작품료를 업체와 상의해서 지급하는 부분까지 일을 해야합니다. 기간은 약 2개월 정도가 걸렸고, 전화는 100회정도, 이메일과 카톡을 통한 논의는 10여차례 정도, 담당 공무원과 문제의 소지가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10회정도 거쳤습니다. 

 보기에 숨차실지 모르지만 이런 일들을 대개 5분내지 10분만에 간략하게 처리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간략하게 핵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서 처리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은 몇 배가 들죠. 그리고 사무국장은 이 일 하나만 하는 사람은 아니었구요. 플라스틱 재활용 챌린지와 월례회의, 분과회의, 임원회의, 텃밭민원 외에 더 많은 것들을 신경써야 했죠. 하지만 그 일들은 너무 당연하거나 눈에 보이지 않아서 제가 일을 하지 않고 놀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었으니까요. 에효... 한탄이었습니다.

 주민자치회에서 사무국장은 핵심이 되는 존재입니다. 모든 일을 해서는 안되지만 모든 일이 어떤 상태인지를 알고 있어야 하는 거죠. 그런 사무국장에게 드디어 최소한의 활동비를 주기로 했다는 말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겁니다.

 서설이 너무 길었는데 지난 번에 이어 교육홍보 분과에 대해 이야기를 합겠습니다.

 

교육홍보분과

 주민자치회에 대해 주민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 주민자치위원회에 대한 인상이 많이 남아 있기도 하고 실제로 생활을 꾸려나가거나 내 여가 생활하기도 바쁜데 거기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는 분들이 많죠. 하지만 주민자치회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어떤 것들을 바꿀 수 있는지를 주민들이 알게 된다면 관심을 가지는 주민들이 많아 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동네에 쓰레기 무단투기가 계속 되서 민원을 넣는대도 해결이 잘 안되서 화만 내는 경우나, 집에 들어오는 길이 너무 어두워서 가로등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해도 온갖 이유를 들어 안된다는 이야기들만 하는데, 주민자치회가 나서면 좀 더 빠르게 그 일들을 해낼 수도 있습니다. 설령 그렇게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 해도 최소한 왜 그게 그렇게 어려운지에 대해서 이유라도 알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갔는데 주민자치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고, 힘도 셉니다. 교육홍보분과는 바로 이런 주민자치회를 홍보해서 보다 많은 주민자치위원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움직여야 합니다. 주민자치위원은 인원이 정해져 있지만 그 주민자치위원과 함께 일을 하는 분과위원에는 연령도 성별도 특별한 규정이 없습니다. 

 주민자치회를 홍보하는 많은 강의에서 우수사례라고 보여주는 내용을 보면 주민총회 부분이 나옵니다. 주민자치회의 꽃을 피우는 것이 주민총회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 주민총회에 참여하는 인원이 100명에서 200명에 불과합니다. 5만 7천명의 주민이 있는 비전2동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했음에도 300명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교육홍보분과는 이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홍보, 그리고 예비 주민자치위원들에 대한 교육도 해야하지만 중요한 것은 주민자치회 운영에 필요한 기능들을 배울 수 있는 수업을 발굴해서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교육홍보분과에서 주민자치회의 기본사업인 주민참여 프로그램과 연계를 하면 좋습니다. 젊은층들은 웃을지 모르지만 비전 2동 주민자치위원분들중에는 한글이나 엑셀을 전혀 다루지 못하시는 분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배워보신분은 아시겠지만 시간이 좀 걸리고 느릴뿐 이런 작은 기술은 배우면 됩니다. 멋진 형태의 문서를 만들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 정말 얼마 걸리지도 않습니다. 또 가능하다면 포토샵, 일러스트, 파워포인트같은 기본 스킬은 물론, 동영상 편집 같은 기능들을 배울 수 있는 과정을 개설해 교육과 홍보분과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주민자치위원들을 준비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이 모든 것들을 어쩌다 들어오는 젊은 사람 한 두명이나, 공무원들에게 맡기는 것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오늘은 주민자치회에서 사무국장이 하는 일을 설명하느라 말이 길어졌습니다. 다음에는 마지막으로 봉사분과와 조직 구성에 대한 몇가지 이야기를 더 해보겠습니다.